"영 건"(Young gun) 이란 단어의 본래 뜻은 "어리지만", 매우 "위험한" 카우보이를 말한다. 예전 서부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 단어는 언젠가부터 야구용어로 많이 쓰이고 있는데 대개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강력한 구위를 갖고 있는 신인급 투수들을 지칭하는데 사용된다.
야구역사상 이 "영 건"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렸던 경우는 2000년대 초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Oakland Athletics)를 강팀으로 이끌었던 신인투수 3인방인 팀 허드슨 (Timothy Hudson), 마크 멀더 (Mark Mulder), 배리 지토 (Barry Zito) 일 것이다. 2000년을 전후로 동시다발적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영건 3인방은 2001년 56승, 2002년 57승, 2003년 46승을 합작했으며 같은 기간동안 팀은 4년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당시 오클랜드와 같은 지구 소속인 텍사스 레인저스 (Texas Rangers)로 박찬호 선수가 마침 이적하여 꽤나 많이 대결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KBO에서도 이 영건들의 활약은 필수적이다. 류현진(2006년), 김광현(2007년)과 같은 젊은 에이스들의 등장은 여전히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이들의 거침없는 활약은 곧 KBO리그의 흥행증가로 이어졌다. 한동안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이 잠시 주춤한 것으로 보이는데 다가오는 2015시즌 KBO 리그를 폭격할만한 "위험한" 유망주에는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삼성 라이온즈의 심창민>
2011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심창민은 경남고 출신으로 1993년생(만22세)인 우완 사이드암 강속구 투수이다. 경남고 3학년때인 2010년 청룡기 대회에서 혼자 4승을 따내는 활약으로 경남고의 우승을 이끌었으며 대회 MVP에 선정되었다. 다소 거친 투구폼을 갖고 있지만 최고구속 151km에 이르는 강속구로 윽박지르는 스타일이며 임창용, 권오준에 이어 삼성의 사이드암 투수 계보를 이을 유망주이기도 하다.
2012년 데뷔하여 36경기, 39.1이닝동안 2승 2패, 5홀드, 1세이브, era 1,83을 기록하면서 삼성팬들을 흥분하게 만들었지만 2014시즌 평균자책점이 6.81에 이르면서 팬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수년간 철벽불펜을 구축했던 정현욱, 오승환, 권혁이 연이어 타팀으로 이적하는등 투수진의 전력 유출이 심각하며 설상가상으로 5선발인 배영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차우찬이 선발진으로 이동하는등 불펜의 뎁스가 많이 헐거워진 상황이다. 따라서 2015시즌 삼성의 대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창민의 분발이 촉구될 것으로 보인다.
<넥센 히어로즈의 조상우>
2013년 전체 1순위로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조상우는 대전고 출신이며 1994년생(만21세)으로 우완 정통파 투수이다. 고교시절 천안북일고의 에이스인 윤형배와 라이벌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2012년 대전고를 청룡기 4강, 전국체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최고구속 156km의 강속구를 뿌리는 조상우는 넥센뿐만이 아닌 KBO리그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다.
신장 186cm, 체중 97kg 의 당당한 체격에서 나오는 강력한 직구를 주무기로 하고 있으며 2013년에 데뷔하여 총5경기 8이닝만을 소화하고 2군으로 내려가 제구를 가다듬었다. 이듬해인 2014년 조상우는 시범경기부터 어마어마한 강속구를 뿌려대며 앞으로의 대활약을 예고했다.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 조상우는 총48경기, 69.1이닝동안 6승 2패, 11홀드, era 2.68을 기록했으며 넥센 히어로즈의 강력한 파워를 불펜에서 보여주었다. 시즌도중 불의의 부상만 아니었다면 2015시즌 KBO 역사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다.
지난 시즌 한현희와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필승조의 선두주자였던 조상우는 2015시즌 한현희가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하면서 아마도 8회를 책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엔 조금 편안한 상황에 등판하여 부담없이 자기 공을 뿌릴 수 있었지만 올해는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할 절대적인 상황에 자주 등판할 것이다. 이러한 부담만 그가 즐길 수 있다면 리그 최고의 셋업맨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다.
<NC 다이노스의 이민호>
2012년 특별지명으로 NC 다이노스에 입단한 이민호는 1993년생(만22세) 우완 정통파 투수로 부산고시절 이미 초고교급 선수로 유명했다. 신장 181cm, 체중 91kg의 체격에서 나오는 150km대의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고 있으며 신생팀 NC의 특급 유망주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 NC의 리그 진입과 더불어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이민호는 선발과 불펜을 오고가면 활약했고 2014시즌 51경기 7승 2패, 8홀드, 12세이브, era 5.01을 기록했다.
2015시즌 선발투수로 기용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2014시즌 불펜의 핵이었던 원종현의 갑작스런 이탈로 인하여 불펜으로 이동했다. 아마도 클로저 김진성 앞에서 8회를 책임지는 프라이머리 셋업맨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민호의 강속구는 매우 위협적이지만 아직 변화구 제구가 완벽하지 않은 탓에 결정적 순간에서 자주 공략을 당하는 약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도 그리고 팀도 이젠 리그 3년차다. 더이상 신인도 신생팀도 아닌만큼 올시즌 이민호의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LG 트윈스의 임지섭>
2014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임지섭은 1995년생(만20세)으로 제주고 출신 좌완 투수이다. 오랫만에 LG에 입단한 좌완 파이어볼러이며 190cm의 신장에서 내리꽂는 강력한 직구가 일품이다. 2014년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2연전에서 깜짝 선발로 등판하여 데뷔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내 곧 제구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며 2군으로 내려갔고 류택현 코치와 함께 투구폼 개조에 들어갔다.
2015년 시즌을 앞두고 재활치료중인 류제국의 공백을 메우기위해 양상문 감독은 임지섭을 팀의 4선발로 결정했다. 봉중근을 중심으로 강력한 불펜진을 보유한 LG 트윈스는 긴 암흑기를 끝내고 2년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상대적으로 선발진의 힘은 아직 부족한 모습이다. 따라서, 임지섭이 얼마나 빨리 선발진에 안착하는가에 따라 LG 트윈스의 오랜 숙원의 달성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두산 베어스의 장민익>
2010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장민익은 1991년생(만 24세) 군필 좌완투수이다. 순천 효천고 출신이며 랜디 존슨 (Randy Johnson)을 연상케하는 207cm의 거대한 신장으로 입단당시부터 주목받았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2015년 팀에 복귀한 장민익은 스프링캠프에서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면서 두산팬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고 있다.
장민익은 아직까진 완성된 투수로 볼수는 없지만 거대한 하드웨어에서 뿜어져나오는 강속구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선수라고 볼 수 있다. 큰 욕심부리지 말고 중간에서 자기 공만 뿌릴 수 있다면 선발투수로 전환한 이현승의 공백을 충분히 메워줄 것이다.
올시즌 두산 베어스는 장원준을 거액에 영입하면서 환타스틱한 선발라인업을 꾸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용찬, 홍상삼, 정재훈이 이탈한 불펜은 상당한 공백이 예상되는데 이는 윤명준, 함덕주, 오현택, 장민익등으로 이어지는 신진 투수들의 몫이 될 것같다. 장민익의 활약이 더없이 필요한 이유이다.
<KIA 타이거즈의 심동섭>
2010년 기아 타이거즈에 입단한 심동섭은 1991년생(만24세) 좌완 정통파 투수이다. 전통적인 야구명문 광주일고 에이스출신으로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는 파워피처이다. 특히나 그의 공은 스피드로 표현되지 않는 묵직한 구위를 갖고 있어서 장차 강력한 마무리 투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투수이기도 하다.
이미 작년부터 차기 클로저로 낙점되었으나 볼티모어 (Baltimore Orioles)에서 복귀한 윤석민에게 클로저란 중책이 주어지면서 심동섭은 아마도 좌완 셋업맨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심동섭은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한복판에 강속구를 꽂을 수 있는 강인한 심장을 가진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빨리 그가 성장해서 더이상 마무리 투수 윤석민을 보지않았으면 한다.
<한화 이글스 이태양>
2010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이태양은 1990년생(만25세)인 우완 정통파 투수이다. 장민익과 같은 순천 효천고 출신으로 이태양 역시 190cm, 98kg 의 위풍당당한 하드웨어를 갖고 있다. 사실 이태양은 유망주를 뜻하는 영건으로 보기엔 그는 2014시즌 이미 보여준 것이 많다. 선발로 전환하여 7승을 따내는등 잠시나마 팀의 에이스 역할도 했고 국가대표에 합류하여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2015시즌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수장인 김성근 감독은 이태양을 선발 라인업에서 일단 제외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김성근 감독은 예전부터 가장 구위가 좋은 선수를 중간에서 많이 활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김현욱(쌍방울), 이동현(LG), 전병두(SK), 채병용(SK) 같은 선수들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 기억이 맞다면 이태양 역시 중간에서 한화의 투수진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그의 어깨에 한화 이글스의 부활이 달려있다.
<kt 위즈의 박세웅>
2014년 kt 위즈에 입단한 박세웅은 1995년생(만20세) 우완 정통파 투수이다. 경북고 출신으로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북부리그 다승 1위(9승), 탈삼진 1위(123개)를 기록하며 실질적인 kt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박세웅은 140km 중후반의 묵직한 구위에 변화구 완급조절 능력이 돋보이는 선수로 어린 나이임에도 충분히 1군에서 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5시즌 박세웅은 외국인 선수들에 이어 팀의 4번째 선발투수로 로테이션 합류가 결정되었다. 정규시즌을 앞둔 시범경기에서도 그는 1군 타자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11이닝동안 한점도 내주지 않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세웅은 2015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이기도 하다. kt 가 첫번째 맞이하는 정규시즌에서 반전을 보여주기위해서는 아마도 이 박세웅의 활약이 꼭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KBO Story > The Play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 라이온즈의 새로운 25번, 타일러 클로이드(Tyler Cloyd) (0) | 2015.04.02 |
---|---|
"창용불패" 임창용, KBO통산 2번째 "100승-200세이브" 달성 (0) | 2015.04.01 |
2015시즌, 대기록에 도전하는 위대한 선수들... (2) | 2015.03.20 |
"클로저(Closer)" 윤석민을 언제까지 보아야 하나...... (0) | 2015.03.19 |
마성의 남자 김기태, 윤석민까지 복귀시키다. (0) | 2015.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