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갈매기, 조쉬 린드블롬
2014년 12월 15일 롯데 자이언츠는 피츠버그 파이리츠 (Pittsburgh Pirates) 에서 웨이버 공시된 투수 조쉬 린드블럼(Josh Lindblom)을 전격 영입했다.
이로써 롯데 자이언츠는 이미 전날 영입한 브룩스 레일리(Brooks Raley), 외야수 짐 아두치(Jim Adduci)와 조쉬 린드블럼으로 이어지는 2015시즌 외국인 선수 선발을 완료했으며 자연스레 2014년 나란히 10승을 달성한 외국인 선발 듀오인 쉐인 유먼(Shane Youman) 과 크리스 옥스프링(Chris Oxspring)을 모두 떠나보내는 강수를 두게되었다.
이후 2014년 12승, 지난 3년간 38승을 거둔 좌완투수 쉐인 유먼은 한화 이글스에 입단하였고 역시 2014년 10승, 한국에서 4시즌간 37승을 거둔 크리스 옥스프링은 KT 위즈로 입단이 확정되었는데 두 선수가 그동안 보여준 활약과 성실함등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2014 시즌 후 롯데의 분위기가 여러모로 좋지않고 뒤숭숭했다지만 3년간 꾸준히 10승이상을 달성한 유먼이나 입단후 2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옥스프링과 재계약을 모두 포기한 것은 어찌보면 신임 이종운 감독에게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반면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보면 이처럼 과감히 결단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 영입한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큰 것일수도 있는데 그 중심에는 아마도 3 선수중 가장 높은 몸값에 아마 시절 최고의 유망주였던 조쉬 린드블럼이 있지 않을까 싶다.
<처음 접했던 린드블롬의 모습, 왠지 익숙하다.>
2015년 만 28세가 되는 조쉬 린드블럼(Joshua William "Josh" Lindblom)은 1987년생으로 미국 인디애나(Indiana)주, 라피엣(Lafayette) 출신이다. 신장 195㎝, 체중 108㎏ 의 건장한 체격을 바탕으로 한 우완 정통파 투수로 메이저리그 경력은 통산 110경기(선발 6회) 출전, 5승 8패, era 3.82 이며, 마이너리그 경력은 154경기(선발 67회)출전, 22승 17패, era 4.29 이다.
딱봐도 만만치 않은 메이저리그 경력을 갖고 있으며 아직 한창 던질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다소 의외의 영입이라 생각했지만 문득 한 사람이 떠오르면서 어쩌면 롯데 자이언츠에게 최고의 영입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쉬 린드블럼이 한국행을 결정한 계기는 과연 무엇일까?
<묘하게도 이분의 모습과 겹쳐보인다면 내 착각일까?>
학창시절 린드블럼은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속칭 "초고교급" 선수였다. 고교시절(Harrison High School)76이닝 동안 8승 2패, era 2.30, 탈삼진 117개를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인디애나주 최고의 투수 유망주로 선정되어 졸업 후인 2005년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Houston Astros)의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린드블럼은 무슨 이유에선지 잠시 프로행을 미루고 대학진학을 선택했으며 그가 향한 곳은 녹스빌(Knoxville)에 위치한 스포츠 명문 테네시 대학(University of Tennessee)이었다.
인디애나주 최고의 유망주로서 메이저리그 상위 픽이었던 린드블롬은 대학 입학 후 당연히 승승장구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생활하는 것이 힘들었는지 고교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래저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린드블럼은 결국 학교에 전학을 요청했고 허락을 받자마자 바로 자신의 고향인 인디애나주 라피엣에 소재한 퍼듀대학(Purdue University)으로 돌아갔다.
훗날 자신의 아내가 될 오리엘(Aurielle Lindblom)이 있는 라피엣으로 돌아온 린드블롬은 곧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테네시에서와 달리 퍼듀대학에서는 주로 마무리 투수(closer)로 활약했는데 졸업 무렵엔 다시금 대학리그 최상위 유망주에 포함되었으며 2008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LA 다저스 (LA Dodgers) 에 지명되었다.
<조쉬와 그의 아내 오리엘은 모두 라피엣 출신으로 고교와 대학까지 모두 함께했다.>
4년전 처음 고향과 오리엘을 떠나 생활해본 경험이 약이 되었는지 린드블롬은 마이너리그 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했다. 입단 후 2008년과 2009년 A, AA리그에서는 착실하게 선발투수 수업을 받은 린드블럼은 AAA에서 뛴 2010년에 불펜으로 전환했다. 당시 그에 대한 팀의 기대치를 감안해보면 린드블럼이 장래 선발투수로 미덥지못해서 그런 것 보다는 퍼듀대학에서 클로져로 활약한 그의 이력을 좀 더 높이 평가한 것 같았다. 이렇게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보직에 혼선을 빚은 2010년 AAA에서의 린드블럼은 40경기 95이닝동안 3승 2패, era 6.54 활약에 그쳤다.
2011년 1월, 오랜 여자친구인 오리엘과 결혼한 린드블롬은 새로운 보직인 중간 셋업맨에 적응하고자 노력했고 그 노력은 2011년 6월 1일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었다.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그는 콜로라도 로키스(Colorado Rockies)를 상대로 데뷔전을 가졌으며 그해 27경기 출장, 29.2이닝을 던지며 1승 무패, era 2.73 을 기록, 데뷔 첫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었다.
<2011년 당시 루키였던 린드블롬의 역투 모습>
2012년 본격적인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린드블롬은 48경기에 출전, 47.2이닝, 2승 2패, era 3.02 로 역시나 기대한대로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수년내 다저스의 클로저는 린드블롬이 차지할 것이 거의 확실해보였다. 하지만 너무 순조롭게 일이 풀려서일까? 전천후 불펜으로 활약중이던 린드블롬에게 큰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시즌 중반 다저스가 필라델피아 필리스 (Philadelphia Phillies) 의 강타자 셰인 빅토리노(Shane Victorino)를 영입하기 위해 유망주인 린드블럼과 에단 마틴(Ethan Martin)을 트레이드한 것이다.
30개의 팀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트레이드를 통한 이적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선수들 역시 금방 새로운 팀에 적응하지만 불행하게도 린드블럼은 그렇지 못했다. 오리엘과 결혼하면서 LA에 정착하고자 했던 린드블럼에게 이 소식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게다가 LA와 필라델피아는 미 대륙의 서부와 동부 양 극단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이다.
<트레이드 소식 발표 후 바로 팀에 합류해야했다. 신변을 정리할 시간같은 것은 없다.>
2012 시즌 도중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된 린드블럼은 26경기 23.1이닝 동안 1승 3패, era 4.63 에 그쳤으며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그에게 별다른 미련이 있을리 없는 필리스는 시즌 종료 후 텍사스 레인저스의 마이클 영 (Michael Young)을 영입하기 위한 대가로 린드블럼과 리살베르토 보니야(Lisalverto Bonilla)를 바로 팔아버렸다. 갑자기 리그 탑 유망주였던 린드블럼의 가치가 트레이드 저울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2013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시즌을 맞이한 린드블럼은 이제는 불펜이 아닌 선발투수로서 등판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그에게 선발등판 기회가 주어진 것은 베테랑 투수인 데릭 로(Derek Lowe) 가 방출되면서 생긴 빈자리를 잠시 채우기 위한 것으로 2010년부터 불펜으로 전환한 그에게 선발등판에 따른 특별한 준비같은 것을 할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선발등판한 8경기에서 31.1이닝동안 1승 3패, era 5.46을 기록한 린드블럼은 이젠 불펜으로도 선발로도 그저그런 투수가 되어버렸다.
<이번에는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있는 린드블럼>
그리고 2013시즌 종료 후 그는 또다시 트레이드 매물이 되었다. 과거 탑 유망주였던 그를 싼 값에 긁어보려는 팀은 아직 남아있었던 것. 이쯤되면 유망주 딱지가 오히려 짐이다. 이번에는 팀 동료인 크레이그 젠트리(Craig Gentry) 와 함께 마이클 초이스(Michael Choice), 크리스 보스틱(Chris Bostick) 영입에 대한 대가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Oakland Athletics)로 향한 린드블롬은 더이상 예전의 강속구를 보여주지 못했고 새로운 팀에 대한 애정같은 것이 있을리도 없었다. 지켜보는 사람도 현기증에 빠질 정도로 미 전역을 누빈 그는 2014시즌에는 단 1경기 출전에 그쳤고 시즌 종료 후 방출되었다.
다저스에서 트레이드 된후 린드블럼은 단 1년이상 같은 팀에 머무른 적이 없었다. 게다가 트레이드를 통해 계속 팀을 옮기면서 그는 반복해서 선발과 불펜을 오고갔으며 이러한 잦은 불펜전환은 결국 그의 구위를 감소시켰다. 2014시즌 종료후 오클랜드에서 지명할당된 린드블럼은 이번엔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영입되었다. 자신의 고향인 인디애나, 라피엣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피츠버그는 린드블럼에게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는 팀이었고 그 역시 그러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기쁨은 역시 오래 가지 못했다. 파이리츠가 도미니카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던, 우리에게도 익숙한 레다메스 리즈(Radhamés Liz) 를 영입하면서 그를 방출한 것이다.
<피츠버그에서는 그나마 사진만 찍고 방출되었다.>
계속되는 트레이드와 이적에 지친 린드블럼은 결국 일생 일대의 모험을 결심했다. 지난 몇년간 그는 특별한 부상을 당하지도, 크게 부진한 적도 없지만 타의에 의해 계속해서 팀을 바꿔야 했으며 그 사이 그의 가족들도 계속 긴 여행을 감수해야 했다. 이젠 더이상 트레이드 패키지 상품으로서도 가치를 잃은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을 털어버렸고 롯데 자이언츠가 내민 손을 잡았다.
한국프로야구에 진출한 외국인 선수 중 조쉬 린드블롬은 아마 최고의 유망주였던 선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고교시절과 대학시절 그의 유망주 랭킹도 그렇지만 특히나 현란했던 트레이드 상대방들의 면면은 정말로 화려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린드블럼은 새로운 팀, 새로운 리그, 새로운 나라에 빠르게 적응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다. 예전 그의 인터뷰들을 참고해보면 그는 가족, 정착, 안정, 고향등과 같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처럼 보이며 이것이 메이저리그에서 그가 실패했던 원인이라고 보여진다. 또한 이런 문제들은 한국이든 어디든 그가 야구를 하는한 어느 곳에서도 똑같이 발생할 것이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롯데 자이언츠에는 이미 한국프로야구(KBO)에서 수년간 선수생활을 했으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와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라이언 사도스키(Ryan Sadowski) 코치가 있다는 점이다. 롯데에서 이점을 사전에 염두에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린드블럼에게는 사도스키 코치의 존재가 그의 성공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갈매기로 돌아온 라이언 사도스키, 이제는 코치님이다.>
LA 다저스 시절 그는 지금은 어마무시한 존재가 되버린 클레이튼 커쇼(Clayton Kershaw)와 같이 촉망받는 유망주였으며 또한 둘은 매우 절친한 친구였다고 한다. 한명은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가 되었지만 한명은 본의아니게 저니맨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연고지인 부산은 야구 열정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팬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린드블럼에게 더이상 커쇼와 같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겐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살리는 것은 이제 온전히 조쉬 린드블럼, 자신의 몫이다.
<2015년 그는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