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Closer)" 윤석민을 언제까지 보아야 하나......
"마무리 투수" (Closing Pitcher, CP)는 중간계투(Middle relief pitcher, RP) 투수들 중 마지막에 등판하는 선수를 말한다. 마무리 투수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으면 대개 경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Closer" 라고 부르기도 하며 승리를 지켜낸다는 의미에서 "수호신"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위기상황에 등판하여 상황을 수습한다고 해서 "소방수" 등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 역할은 주로 셋업맨에게 넘겨졌으며 마무리 투수는 주로 9회, 단 1이닝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프로야구 최다 세이브 기록은 오승환의 277세이브이다.>
야구경기는 시간제한이 없기 때문에 경기후반 아무리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어도 일시에 승패가 뒤집힐 수 있다. 실제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 또는 스트라이크 1개를 남기고 경기가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나오는 편이다. 이럴 경우 이기는 팀이야 당연히 사기가 하늘을 찌르게 되지만 지는 팀에게 미치는 데미지는 상당히 크다. 특히나 그 경기가 팀의 에이스(Ace)가 등판한 경기라면 더욱 더 내상이 오래가기 마련이다.
따라서, 각 팀 감독들은 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투수를 마무리 투수로 배치하고 싶어하는데 이때문에 종종 논란이 발생하곤 한다. 일례로 2007년초 전지훈련 도중 당시 LG 트윈스 김재박 감독이 팀의 에이스인 봉중근의 마무리 투수 전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뜬금없는 기사가 나왔는데 LG팬들이 거세게 항의했던 기억이 난다. 워낙 반발이 심하자 언제 그랬냐는듯 없었던 일처럼 휙~ 넘어갔는데 LG 트윈스의 고질적인 뒷문불안 문제는 이 소동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 토미존 수술 (tommy john surgery)을 받은 봉중근이 결국 마무리 투수로 이동한 후에야 겨우 해결되었다.
<지난 3년간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봉중근은 2015년 100세이브 달성이 유력하다.>
사상 처음으로 10구단 체제하에서 144경기를 치루어야 하는 2015시즌을 앞두고 기아 타이거즈는 상당한 고전이 예상되고 있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군입대등으로 기존 전력에 상당한 공백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별다른 보강을 하지 못한 것. 사실 선수수급이 여러모로 제한된 한국프로야구(KBO) 상황에서 전력보강은 하고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각팀이 시즌을 준비하는 스토브리그에서는 더더욱 쉽지않은데 암울하기만 했던 타이거즈에 다행히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윤석민의 복귀가 결정된 것이다.
미국에 있던 윤석민이 기아 타이거즈로 복귀를 결심하면서 다행히 기아는 선발투수진만큼은 그 어느팀 부럽지 않은 무게감있는 라인업을 구축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의 컨디션 여부와 상관없이 "에이스의 귀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모든 타이거즈 팬들을 행복하게 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윤석민은 지난 일요일 LG와의 시범경기 등판에서 만만치 않은 구위를 선보이면서 미국에서 결코 시간이 헛되이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단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약간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예전처럼 눈부신 호투를 보여주리라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복귀 후 첫 등판을 삼자범퇴로 마친 윤석민>
그런데, 아무 문제가 없어보였던 에이스의 귀환이 지금 엄청나게 논란이 되고 있고 타이거즈 팬들은 또다시 고통받고 있다. 아직 명확한 발표는 없었지만 계약금만 40억원을 받고 돌아온 윤석민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때문이다. 또한 윤석민의 마무리 전향 가능성에 대해 그 누구도 자신있게 "No"라고 말하지 않고있어 팬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먼저 필자는 김기태 감독의 열렬한 팬이지만 작금의 상황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단 윤석민의 보직을 지금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정말 윤석민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할 것이라면 진작부터 그 사실을 밝혀야했다. 윤석민은 앞서 말했지만 계약금만 40억원, 연봉은 12억 5천만원인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비싼 선수이다. 결과적으로 구체적인 보직도 정하지 않은채 무턱대고 4년간 총액 9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주고 데리고 왔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또한 윤석민은 데뷔때부터 시작해서 FA를 앞둔 시점까지 무려 9년간 선발과 불펜을 꾸준히 오고갔던 선수이다. 2005년부터 그는 2007년, 2008년, 2012년 단 3년을 제외하고 매년 세이브를 기록했다. 심지어 다승(17승), 평균자책점(2.45), 탈삼진(178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트리플 크라운 (Triple Crown)을 달성했던 2011년에도 그는 1세이브(Save)가 있다. FA를 앞둔 2013시즌에도 예외는 없었다. 아예 시즌 도중에 "팀 사정상" 선발투수에서 마무리투수로 전환해야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대실패로 끝난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다시 타이거즈로 복귀한 이 순간에도 또다시 그놈의 "팀 사정"은 그에게 클로저를 강요하고 있다. (90억짜리 마무리 투수라.... 여기가 KBO인가 MLB인가??)
<2011년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16승을 달성한 후..>
2013년 포스팅시스템(Posting System, 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LA 다저스 (Los Angeles Dodgers)에 입단한 류현진은 200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킨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에서 총 7시즌동안 활약했으며 그의 KBO 통산성적은 총 190경기 (1,269이닝), 98승 52패, 1세이브, era 2.80 이다. 그가 기록한 1세이브는 데뷔시즌인 2006년에 기록한 것이며 당시 한화 이글스는 혜성처럼 등장한 좌완 에이스와 함께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다음해인 2007년 포스트시즌 진출 이후 현재까지 침체기를 겪고있는 한화 이글스지만 "팀 사정상" 류현진이 불펜으로 투입된 적은 없었다.
<류현진은 데뷔시즌 트리플크라운, 신인왕, 정규시즌 MVP 달성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세웠다.>
류현진과 함께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투수인 김광현은 2007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중간에 부상으로 한동안 고생하기도 했던 김광현의 통산성적은 185경기 (1033.2이닝) 출장, 83승 49패, era 3.30 이다.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이후 8년이나 지났지만 김광현은 세이브(Save)나 홀드(Hold)를 기록한 적이 없다. 특히나 2014시즌 SK 와이번스는 연이은 불펜투수들의 부상이탈에도 LG트윈스와 마지막까지 숨막히는 순위대결을 펼쳤지만 "팀 사정상" 김광현이 불펜으로 등판한 적은 없었다.
<김광현은 2014 시즌후 MLB진출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좌절되었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후 2010년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장원삼은 두 팀을 합쳐 총 9시즌동안 활약했으며 통산 237경기 (1316.2이닝) 출전, 99승 70패, 1홀드, 1세이브, era 3,70을 기록중이다. 장원삼의 첫 세이브는 그가 KBO에 데뷔한 후 8년만인 2013년 9월 7일 LG 트윈스전에서 나왔다. 당시 선두였던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시즌 우승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경기로 장원삼은 선발 배영수의 뒤를이어 6회부터 등판, 무려 "4이닝 세이브"를 성공시켰다. 장원삼은 이날 자신의 첫 세이브를 기록한 후 기념구까지 따로 챙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팀 사정상" 불펜이 필요하다면 이 정도에 그쳐야 하지 않을까??
<데뷔 후 8년이 지나서야 첫 세이브를 기록했던 장원삼>
2014년 4년간 총 84억원이란 초대형 FA계약을 통해 두산 베어스로 이적한 장원준은 매시즌 10승이 보장된 좌완 에이스감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후 총 9시즌동안 KBO에서 활약한 장원준의 통산기록은 258경기(1,326이닝), 85승 77패, 2홀드, era 4.18이며 2홀드는 2004년과 2005년에 기록했다. 그리고 장원준이 롯데와 함께했던 지난 10년간 롯데의 "불펜 사정"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지만 "팀 사정상" 장원준이 불펜으로 전환한 적은 없었다.
<장원준은 두산 베어스가 영입한 최초의 외부 FA 선수이다.>
윤석민은 기아 타이거즈에서 2005년에 데뷔했으며 총 9시즌동안 303경기(1,129이닝), 73승 59패, "44세이브", "12홀드", era 3.19를 기록했다. 윤석민처럼 병역면제 혜택을 받고 9시즌간 KBO에서 활약한 장원삼은 통산 237경기, 1,316이닝을 소화했는데 윤석민은 장원삼보다 66경기에 더 출전한 반면 투구이닝은 187이닝이 적다. 보통 한팀의 주축 선발투수가 한 시즌간 150~200이닝을 소화한다고 가정한다면 윤석민은 "팀 사정상" 때문에 장원삼보다 1시즌 정도를 손해보고 있다. 그 대가로 장원삼에게는 없는 무려 44세이브를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장원삼은 올시즌 통산 100승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까지 99승을 거두고 있으므로 그의 팔에 큰 문제가 없는한 늦어도 4월안으로 우리는 한국프로야구(KBO) 역사상 24번째 100승 투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윤석민은 통산 100승에 27승이 모자란 73승을 현재 기록하고 있다. 44세이브, 12홀드가 없었다면 한국프로야구의 24번째 통산 100승 투수는 장원삼이 아닌 윤석민이었을지도 모른다.
<팬들은 "선발투수" 윤석민을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