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비장의 카드, 에스밀 로저스
7월 24일 2015 한국프로야구(KBO) 돌풍의 주역이자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한화 이글스는 어깨부상을 당한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 (Shane Youman) 을 대신하여 메이저리그(MLB) 출신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 야심차게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며 매경기 명승부를 연출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였지만 연이은 선발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그 기세는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거물급 외국인 선수 영입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낸 셈이다.
이미 2015 시즌일정이 중반을 넘어선 시점에서 100만불이상의 몸값을 지불해야 하는 외국인 선수의 영입은 자칫 팀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수도 있는 위험한 결정이었지만 긴 암흑기를 청산하려는 한화 이글스의 강력한 의지는 그러한 실패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이글스의 강한 결단에 따라 쉐인 유먼을 대신하여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는 도미니카 공화국 (República Dominicana)출신의 전 뉴욕 양키스 (New York Yankees)투수 "에스밀 로저스"(Esmil Antonio Rogers)이다.
<새롭게 한화 이글스 선수단에 합류하게된 에스밀 로저스>
본의아니게 한화 이글스의 비장의 카드가 된 에스밀 로저스는 1985년 8월(만 30세)생으로 도미니마 공화국 출신의 우완투수이다. 그는 2003년 콜로라도 로키스 (Colorado Rockies)에 입단하면서 프로선수가 되었고 2006년까지 루키리그 소속 캐스퍼 로키츠 (Casper Rockies), 2007년에는 싱글 A소속 애쉬빌 투어리스트 (Asheville Tourists)에서 활약하며 빅리거로서의 꿈을 키워나갔다.
2008년부터 싱글 A 모데스토 너츠 (Modesto Nuts), 더블 A 털사 드릴러스 (Tulsa Drillers), 트리플 A 콜로라도 스프링 스카스삭스 (Colorado Springs Sky Sox)까지 진출하며 레벨 업에 성공한 로저스는 2009년 9월 드디어 로키스에 콜업되며 빅리거가 되었고 2009년 9월 12일 샌디에고 파드리스 (San Diego Padres)를 상대로 MLB데뷔전을 갖게 되었다. 데뷔전 성적은 4이닝 3 피안타, 2실점, 탈삼진 3개, ERA 4.50. 2009년 그의 MLB 활약은 단 1경기뿐이었지만 22살의 로저스에게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2010년 본격적으로 MLB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로저스는 8번의 선발등판 포함 총 28경기, 72이닝동안 2승 3패, ERA 6.13을 기록했다. 그의 패스트볼은 충분히 위력적이었지만 패스트볼만으로는 MLB 타자들을 압도할 수 없었다. 2011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된 우발도 히메네스 (Ualdo Jiménez)를 대신하여 로저스는 본격적으로 로키스의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었다. 선발투수로 총 13번 등판한 로저스는 6승 6패를 기록했으나 83이닝동안 65실점을 기록하여 ERA가 7.05까지 치솟았다. 그는 9이닝동안 7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할 수 있는 위력적인 공을 갖고 있었고 제구도 나쁘지 않은 선수였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빅리그에서 선발투수로 계속 생존하기는 힘들었다. 2012년 불펜으로 강등된 로저스의 ERA는 8.06으로 더욱 치솟았고 로키스는 더이상 그를 기다려주지 못했다.
<콜로라도 시절 불펜투구중인 에스밀 로저스>
로키스로부터 방출된 로저스를 새로이 영입한 팀은 공교롭게도 우발도 히메네스가 있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Cleveland Indians)였다. 2012년 6월 맷 라포타를 (Matt Raporta)대신하여 인디언스 로스터에 합류한 로저스는 매니 악타 (Manny Acta)인디언스 감독으로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 그는 쿠어스 필드를 탈출한 로저스가 새로운 팀, 새로운 구장에서 전보다 훨씬 더 훌륭한 투구를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않았다. 악타 감독의 기대대로 로저스는 인디언스에서 불펜투수로 좋은 활약을 펼쳤으며 44경기 53이닝동안 그가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단 "3.06". 즉,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 필드 (Coors Field)를 탈출한 로저스는 인디언스의 홈구장인 프로그레시브 필드(Progressive Field) 전혀 다른 투수로 변모한 것이다.
방출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팀에서 데뷔후 최고의 활약을 펼친 로저스는 2012년 시즌 종료 후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트레이드되었다. 그의 트레이드 상대는 내야수 마이크 아빌레스 (Mike Aviles)와 포수 얀 곰즈 (Yan Gomes). 시즌 중반 로키스에서 헐값에 방출된 로저스는 단 5개월만에 포텐가득한 유망주들의 트레이드 상대가 되었으며 로저스의 잠재력을 미리 알아본 인디언스는 이 트레이드를 통해 훗날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게 되는 주전 포수인 얀 곰즈를 획득하게 되었다.
2013년 5월 29일 새로운 팀 블루제이스에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Atlanta Braves)를 상대로 선발 데뷔전을 치룬 에스밀 로저스는 이후 계속 선발투수로 출장하였고 6월 13일 텍사스 레인저스 (Texas Rangers)
의 에이스 다르비슈 유 (Yu Darvish)와 맞대결을 펼쳐 팀의 3 : 1 승리를 이끌었다. 6월 18일 친정팀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6.2이닝동안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토론토의 7연승을 이끈 로저스의 ERA는 단 1.71에 불과하였고 블루제이스의 깁슨 감독은 로저스와 그의 싱커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가장 핫한 선발투수 유망주중 한명으로 선정되었다.>
2014년 시즌을 앞두고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은 로저스는 토론토와 1년 185만불 계약에 합의하였다. 2003년 18세의 나이로 미국에 건너온 그의 꿈이 10년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제는 유망주의 굴레를 벗어나 본격적인 빅리거가 된 로저스, 하지만 일시적인 성공에 너무 빨리 도취된 탓일까? 그의 장미빛 미래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013시즌 20번의 선발등판에도 불구하고 2014시즌 불펜으로 전환된 로저스는 뭔가 심사가 불편했는지 16번의 등판에서 ERA가 다시 6.97로 치솟게 되었다. 2013년 그의 투구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토론토였지만 그땐 유망주 신분이었고 185만불의 연봉을 받게 된 로저스에게는 애초에 기대하는 것이 달랐다. 그의 투구에 크게 실망한 블루제이스는 단 20이닝만에 로저스를 웨이버 공시하였다.
<템파베이 레이스전에서 투구 후 땀을 닦고 있는 에스밀 로저스>
블루제이스에서 방출된 로저스의 다음 행선지는 뉴욕 양키스, 양키스 데뷔전에서 3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인 로저스는 이내 예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18경기에서 2승, ERA 4.68을 기록하고 2015시즌 양키스와 재계약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2015시즌 33이닝을 소화한 로저스의 ERA는 또다시 6.27까지 치솟았고 양키스 역시 그와의 인연을 끝내게 되었다. 그리고 곧 로저스의 한국행 루머가 MLB 가쉽란을 장식하게 되었다.
로저스는 7시즌동안 MLB에서 활약했으며 통산 210경기(43선발 출장), 454이닝동안 19승 22패, ERA 5.59를 기록했다. 또한 5시즌동안 활약한 마이너리그(AAA)에서는 48경기(41선발), 228이닝동안 10승 13패, ERA 5.33을 기록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에스밀 로저스는 충분히 좋은 선수이지만 그렇게 특별한 선수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위력적인 볼을 던지는 투수이지만 빅리그에서는 어느정도 한계에 직면한 선수이기도 하며 그의 몸값은 빅리그 구단들도 선뜻 지불할 수 있는 저렴한 금액 또한 아니다.
한때 선발투수로서 꽤나 전도유망한 선수였지만 어느 순간 지는 경기에 롱릴리프로 기용되기 시작하면서 로저스 역시 본인의 캐리어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모두 다 보았듯이 로저스는 여전히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으며 몸값을 조금만 낮춘다면 그를 원하는 팀 역시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그는 한국행을 선택했으며 낯선 한국땅에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매 경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아마도 한화 이글스가 비장의 카드로 그를 선택했듯이 그 역시 본인의 야구인생을 건 비장의 한수로 한화 이글스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로저스의 완투, 완봉쇼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그는 매순간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는 야국선수일 뿐이며 한국이라는 낯선 장소에서 성공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평범한 외국인 선수 중 한명일 뿐이다. 그러한 그의 투혼이 더 높은 몸값을 받아낼 수 있는 상위리그 진출을 위한 단순한 "부업" 정도로 치부된다면 이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한 한화 이글스 구단과 그 먼길을 마다않고 한국까지 온 로저스에게 너무 실례되는 것이 아닐까? 부디 한화 이글스의 과감한 선택이 좋은 결실을 맺길 바라며 에스밀 로저스의 위력적인 투구를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서 볼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에스밀 로저스의 완투, 완봉쇼는 한국프로야구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