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s Story/The Player

클로저(Closer)를 꿈꾸는 남자 정찬헌, 냉정함으로 무장하라

WaRa 2015. 9. 8. 13:24

LG 트윈스 No.26 "정찬헌"은 1990년 1월생으로 광주 송정동초, 충장중,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우완 정통파 투수이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LG 트윈스에 지명된 광주일고 에이스 정찬헌은 특히 2007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그 유명한 눈물의 역투를 펼친 서울고 에이스 이형종과 맞대결한 투수로 더욱 유명하다. 

 

결과적으로 이 결승전에서 승리한 팀은 정찬헌의 광주제일고였으며 승리투수였던 정찬헌은 대회 MVP에 선정되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맞대결을 펼친 서울고 이형종은 1차 지명을 통해, 정찬헌은 2차 1라운드 지명을 통해 이듬해 모두 LG 트윈스에 입단하였다. 

<2008 전체1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정찬헌, 출처 : LG 트윈스>

 

 

 

입단 후 줄곧 부상에 시달린 이형종과 달리 정찬헌은 시범경기때부터 예의 묵직한 구위를 선보였으며 위기상황에서도 그만의 무덤덤한 표정과 함께 패기넘치는 피칭으로 일찌감치 신인왕후보로 거론되었다. 이렇듯 정찬헌은 잘만 다듬으면 향후 크게 대성할 선수로 모두가 인정했던 리그 탑 유망주였지만 부실한 당시 LG 마운드 사정은 이 어린 선수의 재능을 잘 성장시키기보단 갉아먹기에 급급했다.

 

시즌초반부터 전천후 불펜으로 등판을 거듭했던 정찬헌은 당시 에이스였던 박명환이 팔꿈치부상으로 이탈하자 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였다. 선발투수로서 초반 몇경기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단조로운 그의 투구패턴은 상대타자들에게 금새 간파되었고 패스트볼의 구위가 조금 떨어지자 곧바로 난타당하기 시작했다.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던 루키 정찬헌은 2008년 39경기, 106.1이닝을 소화하며 3승 13패, ERA 5.50을 기록하는데 그쳤으며 시즌 종료후 그가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신인왕이라는 영예가 아니라 리그 최다패 투수라는 불명예였다. 

<수비중인 정찬헌과 로베르토 페타지니, 출처 : LG 트윈스>

 

 

 

2008시즌의 아쉬움을 뒤로한채 맞이한 2009년 역시 트윈스의 마운드 사정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에이스 봉중근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 (Chris Oxspring)마저 부상으로 조기에 팀을 이탈했다. 이러한 주축 선발투수의 연이은 이탈은 시즌이 진행될수록 불펜투수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이기던 지던 마구잡이로 등판했던 정찬헌의 구위 역시 시즌 초반과 다르게 갈수록 그 위력이 반감되었다. 

 

시즌 전반기까지 불펜 필승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정찬헌의 2009년 성적은 55경기, 76.1이닝동안 6승 5패, 10홀드, 2세이브, ERA 5.78에 그쳤으며 시즌 말미엔 어김없이 부상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에 그에게 찾아왔다. 처음에는 가벼운 부상으로 알려졌었지만 부상과 수술, 재활 그리고 군 입대등으로 조용히 사라졌던 정찬헌이 팬들에게 다시 모습을 보인것은 그러부터 4년이 지난 후인 2013년 7월 26일이었다. 혹사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룬 "영건" (Young Gun) 정찬헌은 무려 1,442일이 흐른 뒤에야 간신히 팬들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2009년이후 그가 마운드에 돌아오기까지 4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출처 : LG 트윈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엔트리에 합류한 정찬헌은 양상문 감독 부임후 투구폼을 좀더 간결하게 가다듬어 패스트볼(fast ball)의 제구를 향상시키고 더불어 결정구로 너클커브 (Knuckle curve)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어느 해설위원으로부터 마치 마구를 보는 것 같다는 호평을 듣기도 했던 너클커브 장착과 함께 패스트볼 구위가 향상되면서 정찬헌은 다시 불펜 필승조로 활약하기 시작했으며 많은 팬들은 장차 봉중근의 뒤를이어 그가 LG 트윈스의 승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않았다. 

 

150km대의 묵직한 패스트볼과 환상적인 각을 이루는 너클커브는 그를 차기 마무리 투수감으로 낙점하기에 충분히 위력적인 공들이지만 2014년부터 그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들은 과연 정찬헌이 차기 마무리투수로 100% 적합한 선수인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선발투수와 달리 마무리 투수는 팀이 승리하기 위한 여건이 조성된 상태에서만 등판하게 된다. 선발투수의 승수(Win)와 달리 클로저는 자신이 상대타선을 막기만 하면 세이브(Save)란 열매를 쟁취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패배의 원흉이 되어 온갖 비난에 직면하게 되는 자리이다. 그리고 정찬헌과 관련된 불미스런 사건, 2014년 두 번의 빈볼사건과 2015년 언급하기조차 민망한 음주운전 사고는 모두 팀이 패배한 날 발생했다. 1시즌에 144경기를 치루면서 72번을 패배해도 나름 성공적이라 평가되는 프로야구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선수가 과연 팀 승리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

<불미스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트윈스는 그의 활약이 절실히 필요하다. 출처 : LG 트윈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중근이 다시 선발투수로 전향한 지금 향후 LG 트윈스 클로저 후보로 역시나 정찬헌이 1순위로 제기되고 있다. 물론 현재 LG 트윈스에는 리그 최고의 우완 셋업맨인 이동현이 건재하며 그 역시 클로저로 활약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선수이다. 하지만 이동현은 2015시즌을 끝으로 FA자격을 취득하게 되며 혹여 트윈스에 잔류하더라도 2016년 만 33세가 되는 이동현보다는 만 26세가 되는 정찬헌이 마무리투수를 맡는 것이 팀에게는 좀 더 이상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대다수 야구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1승, 1승에 일희일비한다. 설령 자신의 팀이 10연승을 하고 있다해도 오늘 경기에서도 당연히 이기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야구팬도 자신의 팀이 모든 경기에서 100%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해도 팀 승리를 100%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경기후반,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타자들을 상대해야하는 마무리 투수들은 엄청난 부담속에서 경기에 임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마무리 투수들은 동료들이 만들어낸 팀 승리라는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타자들과 상대해야 한다. 상상하기도 싫은 이런 엄청난 부담속에서 마무리 투수가 생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시속 160km의 강속구도, 현란한 변화구도 아닐 것이다. 팀의 승리 혹은 패배가 결정되는 순간까지 마무리 투수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기를 직시할 수 있게하는 냉정함일 것이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선배 봉중근의 다음 마무리투수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있는 LG 트윈스 투수 정찬헌이 2016년에는 야구에 대한 열정뿐 아니라 이러한 냉정한 마음까지 갖춘 후에 팬들의 곁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출처 : LG 트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