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데드볼(Dead ball) 시대" 란 보통 1920년 이전을 말한다. 여기서 "데드볼" 이란 단어가 좀 헷갈리게 하는데 여러 설들을 종합해보면 확실한 건 당시의 공이 현재의 야구공과는 좀 달랐던 것 같다. 설명하자면 당시의 볼은 지금과 달리 딱딱하지 않아서 반발력이 무척 떨어졌으며 공에 흠집을 내거나 침을 발라서 던지면(일명 스핏볼, spitball) 변화구가 어마무시하게 들어갔다고 한다. 물론 현대야구에서는 이런 행위들을 모두 부정투구로 간주하여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홈런이 거의 나오지 않았으며 극도의 투고타저현상이 계속됐는데 그 와중에 유독 극강의 투수가 한명 있었으니 그가 바로 MLB 최고의 레전드 투수, "사이 영(Cy Young)" 이다. 즉, 그는 매년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투구를 한 투수에게 수여되는 영광스러운 자격인 "사이영 상"의 실제 주인공이었던 것. 참고로 "사이 영" 은 일종의 애칭이고 본명은 "덴톤 트루 영" (Denton True Young) 이다.
<1937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놀랍게도 그는 최초의 5인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사이 영은 1867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길모어에서 태어났으며 1890년부터 1922년까지 장장 22년동안 클리블랜드 스파이더스(Cleveland Spiders), 보스턴 아메리칸스(Boston Americans) , 세인트루이스 퍼펙토스(St. Louis Perfectos) 등에서 활약했다.
멀쩡한 이름대신 전설이 되어버린 "Cy" 는 강력한 태풍을 의미하는 "Cyclone"에서 유래된 것으로 일단 별명만으로 그가 굉장히 위력적인 공을 뿌리는 투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데드볼(Dead ball)시대 최고의 투수였으며 MLB 통산 22시즌 906경기에 출전하여 무려 7,356이닝을 던진 철완이었다.
<오른쪽 두번째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사이 영이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격이 월등하다.>
<사이 영의 통산 기록, 출처 : mlb.com>
일단 승패를 떠나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공을 던졌는데 보통 한국프로야구에서 에이스급 선발투수가 한 시즌에 30경기 200이닝 정도 던질수 있다고 볼 때, 906경기에 출전하려면 약 31년, 7,356이닝을 소화하려면 약 37년간 매년 꾸준하게 등판해야 한다.
즉, 사이 영은 단순히 선수로 활동한 기간이 오래된 것이 아니라 그 오랜 기간동안 엄청나게 많이 던졌다. 보통 연간 50게임 400이닝 정도 등판했으니 1시즌에 반은 그가 던졌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한국프로야구(KBO)의 통산이닝 1위는 송진우로 21년간 3,003 이닝을 소화했다. 올시즌 제일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넥센 히어로즈의 벤 헤캔으로 187이닝을 던져 20승을 달성했다.
또한 사이 영은 MLB 통산 511승을 기록한 최다승 투수이며 "오래" 그리고 "많이" 던진만큼 패전도 그만큼 많이 기록했는데 사이 영의 통산 316패는 역사에 길이남을 불멸의 기록일 것이다. 사이 영 다음의 최다패 투수는 310패를 기록한 19세기 투수, 퍼드 갤빈(Pud Galvin)이다. 퍼드 갤빈은 1965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메이저리그 최초의 300승 투수로 유명한데 최초의 300패 투수이기도 하다. 보통 투수가 300승을 기록하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데 300패를 기록한다는 것은 환갑이 넘도록 선수생활을 한다해도 현대야구에서는 더이상 달성하기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MLB 최초의 300승 투수 또한 최초의 300패 투수인 퍼드 갤빈,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통산승수 2위는 MLB의 또다른 전설인 "빅 트레인" 월터 존슨(Walter Perry Johnson) 으로 그는 110완봉승 포함 통산 417승을 올렸다. 일본프로야구(NPB)의 통산 최다승은 재일동포 투수인 가네다 마사이치 (한국명 김경홍)의 400승이고 한국프로야구(KBO)의 최다승은 송진우의 210승이다. 즉 사이 영은 한, 미, 일 통틀어 유일한 500승 투수인 셈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그럴 것이고....
현재 일본이나 한국의 에이스급 투수들이 FA 자격을 취득하면 대부분 MLB로 진출하기 때문에 가네다 마시이치의 400승 기록은 물론이고 송진우의 210승도 상당히 오랫동안 최다승 기록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동적인 사이 영의 피칭 모습>
사이 영은 MLB의 최다승(511승), 최다패(316패), 최다이닝 (7,355이닝), 최다 선발출장(815경기), 최다 완투(749경기) 기록을 갖고 있으며 1904년 5월,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Philadelphia Athletics)를 상대로 현대 야구경기 최초의 퍼펙트 게임(perfect game)을 달성했다. 당연히 이 경기는 아메리칸 리그 최초의 퍼펙트 게임이며 근대 야구를 통틀어서도 3번째 기록된 퍼펙트 경기였다. 또한 영은 이 경기 전후 완벽한 피칭으로 25.1이닝, 즉 76타자 연속 무안타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훗날 영은 자신이 등판했던 906 경기 중 이 1904년 5월 6일의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또한 사이 영은 월드시리즈 첫번째 피칭을 기록한 선수이다. 1903년 아메리칸 리그가 출범하면서 처음으로 열린 첫 월드시리즈, 첫 경기에서 보스턴 아메리칸스(현 보스턴 레드삭스) 선발투수로 출전한 사이 영은 내셔널리그 우승자인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상대로 첫번째 투구를 했으며 1회초에 대거 4실점을 하면서월드시리즈 첫 패전을 기록했다. (응?) 그러나 이후 2번의 선발등판에서는 영은 모두 승리를 거두었으며 보스턴 아메리칸스(현 레드삭스)는 MLB의 전설적인 유격수, 호너스 와그너(Honus Wagner) 가 이끄는 피츠버그를 물리치고 첫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린 역사적인 주인공이 되었다.
<1903년 월드시리즈 당시 포수 루 크리거와 대기중인 사이 영, 확실히 체격이 남다르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사이영 상(Cy Young Award)" 은 이러한 그의 업적을 기려 1956년에 제정된 것이다. 사이영 상은 매년 최고의 피칭을 한 투수 1인에게 수여되었는데 1967년부터는 내셔널리그, 아메리칸리그 각각 1명씩 선정하여 수여하고 있다.
<2009년 AL 사이영 상 수상자는 캔자스시티의 잭 그레인키(Zack Greinke)이다.>
이처럼 말도안되는 눈부신 기록을 갖고 있는 사이 영이지만 그가 활약한 시기가 주로 데드볼 시대였다는 이유로 다소 폄하되는 경향이 있으며 1936년 최초의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5인에도 포함되지 못했고 이듬해에도 76.1%란 기대보다 낮은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사이 영은 44세가 된 1911년 보스턴 러슬러스(Boston Rustlers)에서 22년간의 선수생활을 마감하였으며 은퇴후에는 자신의 농장이 있는 고향 오하이오(Ohio)로 돌아가 농부가 되었다. 물론 이후 그의 삶에도 야구공은 항상 함께했다.
"혹자는 어떤 것보다 변화구를 잘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젊은 투수는,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력을 둘 다 잡으려 하는 투수보다 훨씬 빨리 좋은 변화구
투수가 될 수 있다.
변화구는 제구력에 붙는 장식품에 불과하다."
- Denton True "CY" Yo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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