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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Story/News

시카고 컵스와 "염소의 저주" (Curse of the Billy Goat)

1870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시를 연고로 창단된 "시카고 컵스"는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팀이며 동시에 가장 많은 열성팬을 보유한 팀이기도 하다. 창단 당시에는 시카고 화이트 스타킹스(Chicago White Stockings)란 이름을 사용하였으나 몇번의 변경을 거쳐 1907년부터 현재까지 시카고 컵스(Chicago Cubs)란 구단명을 사용하고 있다. 

 

1876년 창설된 미국 프로야구 내셔널리그(National League)의 창립멤버이기도 한 시카고 컵스는 내셔널리그 초대 우승팀일 뿐만아니라 1880년부터 1882년까지 리그 3연패를 달성하는등 초창기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던 강팀이었다. 1903년 최초의 월드시리즈(World Series)가 열리기 전까지 총 26년간 6번의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한 컵스는 1906년 152경기에서 116승 36패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하면서 프랜차이즈 사상 최초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였다.

<1906년 월드시리즈 전경>

 

 

 

시카고 컵스의 첫번째 월드시리즈 상대는 공교롭게도 같은 프랜차이즈 팀인 시카고 화이트삭스(Chicago White Sox)였는데 이 1906년의 월드시리즈에서 2승 4패로 패퇴하면서 프랜차이즈 첫번째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는 아쉽게도 화이트삭스에게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1907년과 1908년 연이어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한 시카고 컵스는 타이 콥(Ty Cobb)이 이끄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Detroit Tigers)와의 월드시리즈에서 모두 승리하였고 최초로 월드시리즈 2연패에 성공한 팀이 되었다. 

 

이후에도 리그 최고의 인기팀으로 꾸준히 강팀의 면모를 과시했던 시카고 컵스는 1945년까지 총7번의 리그우승에는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나 1945년  컵스의 월드시리즈 맞대결 상대는 그 옛날 좋은 기억이 있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였는데 7차전까지 가는 접전끝에 시리즈 전적 3승 4패로 아쉽게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하고 말았다.

<1945년 월드시리즈 당시 리글리필드, 이때가 컵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였다>

 

 

 

한편, 1945년은 컵스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한해가 되버렸는데 일단 당시 월드시리즈 1차전부터 3차전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홈구장인  브릭스타디움 (Briggs Stadium)에서, 4차전부터 7차전은 컵스 홈구장인 리글리필드 (Wrigley Field)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컵스는 디트로이트 원정경기에서 2승 1패를 거두며 한껏 사기가 오른 상태로 홈으로 돌아온 상태였으며 대다수 시카고 팬들은 컵스의 37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홈에서 열리는 4경기에서 단 2경기만 승리하면 37년만에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하는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첫번째 홈경기인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는데 한 관중이 동반입장한 염소때문에 경기장에서 퇴장당한 것이다. 당시 시카고 시내에서 "Billy Goat Tavern" 이라는 상점을 운영하던 "빌리 시아니스" (Billy Sianis)라는 한 열성팬이 애지중지 키우던 염소 한마리를 데리고 경기장을 찾았는데 이 염소에게서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다른 팬들의 항의때문에 빌리 시아니스가 염소와 함께 퇴장당한 것이다. 당시 그는 염소와 함께 월드시리즈를 관람하기 위해 2장의 티켓을 구매했던지라 이 퇴장조치가 무척이나 억울했으며 잔뜩 화가 난 그는 퇴장당하면서 리글리 필드를 향해 다음과 같은 저주를 퍼부었다.

 

"You are going to lose this World Series and you are never going to win another World Series again"

"시카고 컵스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패배할 것이며, 앞으로 다른 월드시리즈에서도 결코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빌리 시아니스와 그의 염소>

 

 

 

빌리 시아니스가 리글리 필드에서 쫓겨난 후 당초 우세가 예상되었던 컵스는 4, 5차전에서 내리 패배를 거듭했으며 6차전에서야 간신히 연장접전끝에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10월 10일 열린 최종전에서 9 : 3으로 맥없이 패배하면서 다 잡았던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디트로이트에게 넘겨주고 말았으며 이후 다시는 월드시리즈와 인연을 맺지 못하였다.

 

마치 귀신에 홀린것처럼 컵스의 부진이 계속되자 구단측은 저주를 풀기위해 빌리 시아니스의 조카이자  "Billy Goat Tavern"의 계승자인 "샘 시아니스" (Sam Sianis)를 1984년 개막전등 여러 경기에  초청하였다. 샘은 최초 리글리필드에서 퇴장당했던 염소의 후손들을 데리고 와서 컵스의 승리를 기원했으나 "염소의 저주" (Curse of the Billy Goat)는 계속 되었으며 컵스는 여전히 월드시리즈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

<저주를 풀기위해 염소와 함께 리글리필드를 방문한 "샘 시아니스"와 그를 맞이하고 있는 "어니 뱅크스">

 

 

 

2015년 시카고 컵스는 70년간 이어왔던 지긋지긋한 염소의 저주를 풀수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다.메이저리그(MLB) 30개팀 중 전체 승률 3위로 진출한 포스트시즌(Post-season)에서 전체 승률 2위팀인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와일드카드 결정전(Wildcard Game)에서, 그리고 전체 승률 1위팀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물리치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쉽시리즈(NLCS)에 진출한 것이다.

 

"빌리 시아니스"의 저주 이후 3번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쉽 시리즈에서 샌디에고 파드레스(198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989년), 플로리다 말린스(2003년)에게 모두 패배했던 시카고 컵스는 이제 LA 다저스와 뉴욕 메츠간의 승자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들이 과연 70년간 계속되고 있는 "염소의 저주" (Curse of the Billy Goat)를 물리치고 107년만의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을까? 일단 월드시리즈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내셔널리그 챔피언쉽 시리즈는 현지 시각으로 10월 17일(토) 오후7:30 에 시작될 예정이다.

 

<1908년 시카고 컵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멤버들>